웹소설 작가 5개월 후기

웹소설 작가가 말하는 5개월 후기. 불과 얼마전에 장르소설 작가로 산 3개월 글을 올린 것 같은데, 지금 막 마지막 완결권을 탈고하는 데에 성공. 마음 편히 최종 후기 작성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후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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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후기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났다.

고작 두 달. 물론 그 사이 해가 바뀌어 18년에서 19년으로 되었지만, 그래도 고작 두 달.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나의 글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문피아에서 시작해 네이버, 카카오 페이지, 그리고 리디북스와 원스토어, 기타 플랫폼 등등. 원 모어 띵! '텍본 공유 사이트' 까지! 나의 글을 텍스트로 긁어서 공유까지 해서 보다니, 정말 감격! ...일리는 없고,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돈 주고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칭찬 댓글을 다는 반면 텍본 사이트에서는 별의 별 욕이 다 나온다는 것. 돈도 안 내면서 평이라도 잘해주면 어디 덧나냐! 싶지만, 애초에 애정이 없으니 불법으로 보는 거겠지? 암.

2. 작성부터 완결까지 걸린 시간은?

장르소설 작가로 5달 살았으니, 5달이냐 물으신다면. 그건 No. 집필 자체는 약 8개월쯤 됐다. 한 달 기준 1.5~2권(장르소설 규격상) 정도 쓴 거 같으니, 굉장한 오버버닝이었다. 담당 편집자도 '작가님 괜찮아요?' 라고 몇 번을 확인할 정도. 이렇게 '꾸준히' 1권부터 완결권까지 속도가 나온 작가는 드물다고 한다. 성실함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 말이 무엇보다 기뻤다.

 

3.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중반부를 이끄는 힘, 그리고 깔끔한 결말.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저지르는 것은 쉽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지 모른다. 어떤 작가들은 첫 줄 쓰기가 제일 어렵다더라. 적어도 내 경우는 시작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계기 자체가 '해볼까?'가 전부였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기 때문인지, 중반부터 이야기의 얼개를 완성도 있게 끌고 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글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아지자, 담당 편집자가 원래 구상했던 완결보다 1.5배 가량 늘릴 것을 요구해서 더욱 그랬다. 처음 구상하면서 써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던 떡밥 70%는 회수했는데, 여기서 1.5배라. 나는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딱 두 권. 두 권 정도는 더 늘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 늘린다기보다, 부족했던 설명과 필요했던 보충을 두 권만큼 더 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 결정은 적절해보인다. 내 글을 칭찬하는 독자분들이 내 글의 장점으로 꼽은 것이 '늘어지지 않은 진행'과 '군더더기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걱정한 것은, 글을 이거 하나 적고 끝낼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금의 작은 인기에 안주하여 글을 망쳐버린다면, 거기에 실망하여 떠난 독자들이 내 다음 글을 읽어줄까? 과연 그 글에 기대를 가져 줄까?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 결정 하에 최대한 깔끔히 본래 구상했던 결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완결권을 탈고했다. 스스로는 만족스러우나, 역시 대중의 시선에서는 어떨지 조금도 예측이 되지 않는다. 그저 잘 되기를 바란다.

 

4. 신작 준비 과정?

이것도 나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미 이 작품을 쓰던 도중부터 아이디어 자체는 끊임없이 나왔다. 이런 글 써보면 어떨까, 저런 글은 어떨까? 이 소재 먹힐 거 같은데? 이것도 괜찮은 거 같고. 실제로 써본 것도 몇 있다. 다른 이름으로 올려보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은 냉엄하더라. 지금 글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이 그저 우연의 일치는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사실 놀랄 일은 아니다.

 

꽤 많은 작가들이 연결작을 쓰지 못하니까.

 

처녀작을 마치고, 이런저런 작품을 쓰다가 그대로 페이드 아웃. 그렇게 사라지는 작가들의 숫자는 부지기수. 담당 편집자도 내게 그점에 관해 몇 번이나 말했다.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동시 집필이라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실제로 시장의 냉엄함을 맛본 입장에선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나도 여기서 페이드 아웃, 이게 끝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나. 계약은 새로 했으니, 써야지. 일단은 무엇이 됐든 읽어보기로 했다. 나는 이 작품으로 나라는 그릇에서 밥알 한 톨 남기지 않고 긁어냈다. 비워졌으면, 채워야지. 글을 잃었으니, 글을 읽어 채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5. 플랫폼에 관해.

이런저런 플랫폼들에 들어가고 나서 깨달은 건데 플랫폼들 별 특성이 있다. 숫자는 엄청 많은데, 신경 써야 할 곳은 크게 아래의 세 군데다.

 

문피아

아재들이 많다. 댓글만 봐도 아재가 많다. 글을 선택하는 취향도 대체로 아재가 많다. 게다가 신인들의 등용문이기도 하고, 기라성 같은 기성들도 상존하는 곳이어서 인기 작품 회전이 무척 빠르다. 이 용담호혈에서 1페이지 째를 오랫동안 장악하는 작가는 그야말로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문피아는 작가 비평을 넘어선 비난이 꽤나 많은 곳이다.

 

심지어 잘 읽지 않고 쓰는 비난도 꽤나 있어서 작가 입장에선 골치 아픈 곳이기도 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장르적 내공이 깊은 곳인 만큼, 이곳에서 인기를 얻는다면 나름 흥행을 보장한다는 뜻이니 멀리해서는 안 되는 첨병.

 

네이버

학생부터 아재까지, 문피아에 비해서는 연령대가 조금 낮은 것 같긴 해도 낮지는 않다. 여성 비율도 은근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체적인 성향은 문피아와 거의 동일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문피아보다는 소프트한(?) 댓글들. 비난 댓글이 없는 것은 아닌데, 그리 크지 않다. 다만 별점 테러는 종종 보이는데, 내 생각엔 순수 독자의 별점 공격은 아닌 것 같다.

 

연재가 장기화 되면 사소한 별점테러는 중화되는 만큼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 수입은 이벤트를 들어가느냐, 들어간다면 어떤 이벤트를 들어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카카오 페이지

학생이 많다. 아재도 물론 있다. 전체적으로 이용객이 아주 많은 편.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작품에게 볕이 잘 드는 것은 아니다. 오직 이벤트. 정말로 이벤트. 이벤트 없이는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찾지 않는다(물론 타 플랫폼에서 유명세를 얻었다면야 이야기가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작가 우호적인 댓글들. 여성 비율도 굉장히 높다.

 

문피아가 95:5, 네이버가 9:1이라면, 카카오 페이지는 8:2까지 볼 정도. (물론 여성향 글이면 비율은 반대가 된다) 대부분이 작가에게 우호적이고, 작가에게 날카로운 비난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면 알아서 쉴드(?)를 쳐준다. 물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확연히 적다는 게 차이점. 덧붙여 독자 입장에선 카카오 페이지가 꽤나 괜찮은데, 매일 주는 캐시나 기다리면 무료 등등 (네이버는 너에게만 무료) 이벤트가 쏠쏠하다.

 

다만, 그만큼 작가의 정산 비율이 낮다. (mg 받는 경우)

 

여느 플랫폼이 그렇듯, 생산자 판매자에게 빼앗아(?) 생색 내는 것은 참 잘한다. 어쨌든 수입 자체는 카카오 페이지가 굉장히 높다 보니까, 작가 입장에선 무시할 수만은 없는 플랫폼.

 

정산 비율은 리디북스와 일부 플랫폼 > 네이버 > 문피아 > 카카오페이지

 

정도 순서라고 보면 된다. 대략 50%~24%(100원당 작가에게 떨어지는 정산금액. 세전) 라고 보면 간편하다.

 

6. 그래서 최종적인 수입은?

멋지게 인포그래픽을 제공 하고 싶지만, 그만한 능력은 없으므로 뱅크 샐러드 기능을 통해 통계를 내보자면 대충 이 정도. (공백은 글과 관련 없는 수입이라 필터링)

네이버가 1위(하락중), 그 다음으로는 근소하게 문피아(하락중), 그 다음으로는 카카오 페이지(하락중)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공백은 글과 관련 없는 수입 필터링)

 

이것이 3개월 간의 수입. 다만, 네이버, 카카오 양대 플랫폼 모두 이벤트 받고 들어가는 첫달 수입이 거의 전부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기뻐하기엔 좀 이르다. 물론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적은 수입은 결코 아니다. 내 글이 어디 1위 할 만큼 대단한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니고, 적당~히 어딘가에 박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더.

 

돌려 말하면 언제나 1위에 박혀 있는 몇몇 글들은 대체 수입이 얼마나 되는 걸까? 내가 계약하고 있는 매니지먼트 내에도 꽤 인기 많은 글을 쓰고 있는 '고등학생' 작가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가 한 해 동안 번게..

 

5억

 

5억이다. 절로 겸손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마 이번 달이 피크일 테고, 최종적으로는 1억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7. 마치며.

 

재미있었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내게 있어 작가 생활이란 말 그대로 처음 경험 하는 것 투성이였다. 산전 수전 공중전 모두 겪은 나라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세계. 그래서 보람도, 성취감도 있었던 세계. 차기작이 잘 될지, 제대로 준비할 수는 있을지 여러모로 걱정이지만. 열심히 일 한 자, 떠나라고 했던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두어 달,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스스로를 칭찬할 시간을 갖고 싶다. 그간 잘 했다고. 더 잘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어쨌든 최선을 다했다고.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를 남길 필요 없다. 부족했던 점을 알았으니, 다음 작품을 좀 더 발전 시키면 좋을 것이다. 어설픈 글쟁이가 언제까지 글짓기를 할지 모르지만, 펜을 꺾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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