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 수입 및 전망

장르소설 작가의 3개월 후기 그리고 전망에 대한 글. 웹소설이나 장르소설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글

 

1. 계기

 

몸을 다쳤다. 큰 사고였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고, 얼굴에 흉도 꽤나 크게 졌다. 흉보다도 마음이 공허했다. 20대 중반부터 내 일을 시작해서 10년간 몸을 불살랐던 끝에 처음으로 얻은 휴식 다운 휴식이 사고라니. 처음 3개월은 그저 빈둥빈둥 놀았다. 다행히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달리보면 오히려 사고 난 게 다행인가 싶었다. 삶에는 끝없이 달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이걸로 배웠으니까. 그런데 3개월이 지나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정말 좀이 쑤시더라. 몸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았고, 애초부터 인도어파고, 할 수 있는 건 책이나 보고 영화나 즐기는 건데. 문득 어린 시절 즐겁게 읽었던 무협지들이 떠오른다. 요즘 소설 사이트들 많던데, 나도 한 번 볼까. 스마트폰을 들어 접속하게 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2. 이 정도는 나도 쓰겠다.

 

아마도 늙어서겠지만. 요즘 트랜드에 맞는 글들은 도저히 읽히지가 않았다. 문장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아무런 고민없이 사건들이 쓱쓱 해결되는 것이 이상했다. 치열하게 살기보다, 유머러스하게 흐리멍텅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인 주인공을 보며 난 어떠한 공감도 하지 못했다. 그럼 차라리 나도 써보는 게 어떨까. 문장의 엄밀함, 정합성,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현 트랜드라면. 글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소재를 이 정도까지 자유롭게 다뤄도 되는 것이라면. 나라도 어떤 식으로든 상상력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3. 써봤더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처음 한 문장을 쓰는 데 걸린 시간 30분. 다음 한 장을 채우는 데 걸린 시간 5분. 한 회 분량(대략 5000자 이상)을 채우는 데에 걸린 시간, 1시간. 여기까진 좋았다. 서장을 쓰자, 1장이 완성되고 1장을 쓰자 2장, 3장이 술술 나왔다. 애초부터 장르소설 독자로서 깊이가 부족한 나는, 결국 내가 알고 있던 세상에 대해서밖에 쓸 수 없다.

 

그러니, 이 소설은 나의 자전격인 소설이며, 내 음침한 욕망에 대한 표상이자, 자위였다.쓰는 게 어려울 리가 없었다.그런데 그건 딱 100화까지의 이야기였다. 120화를 지나가며, 컴퓨터 앞에 아픈 몸을 당겨 앉으면 생각하는 것은 딱 하나.

 

"뭐 쓰지?"

 

앞에서 쓰고 싶은 걸 다 쓰고 나니, 남은 것은 새하얀 재뿐.하얗게 불태웠다. 아주 새하얗게.덕분에 알게 된 것이 있다. 자기 안에 가득 차 있는 것을 내쏟는 것은 '창작'이라고 할 수 없다. 진정한 창작의 영역은 그 이후, 모든 것을 태운 재에서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여기서부터가 작가로서의 내가 시험받는 포인트였다.

 

4. 그런데 과실은 달콤하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몇몇 지인들이 말했다. "그걸로 돈은 벌어요?" "하긴, 요즘 잘 번다고는 하던데. 그래도 쉽지 않죠?" 단적으로 말해, 예체능계가 다 그렇듯이 개인 차는 있다.

                                                                               

SBS에서 내놓은 웹소설 작가의 수입 분포도이다.(잘나가는 작가들은 억대수입은 우습다. 매력적인 시장이다.)

 

연평균 3,275만원. 작다면 작고, 많다면 많은 숫자다. 그런데 작가의 수입을 따져야 할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작품의 회전 속도다.

 

A라는 작가가 2017년 5월 유료 연재를 시작해서 11월 연재가 끝났다고 치자. 그렇게하여 3,275만원을 벌었을 때, 그의 1년 수입은 3,275로 잡히겠지만 실제로는 6개월만에 그만한 액수를 번 것이다. 만일 슬럼프없이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수입은 생각보다 크게 증가한다.

 

물론 그 '꾸준함'이 모든 작가들의 진정한 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처녀작인 나부터도 한 작품을 3개월 이상 끌고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한 질, 두 질 끝낸 작가가 계속해서 창작력을 쥐어 짜내는 것이 쉬울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위 10%는 따놓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전이 있다면, 어느 정도 결과를 내놓으면 한 작품만으로도 생각 이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롱런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4-1. 글 하나로 순회여행.

 

나는 문피아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 시작 얼마 후,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기뻤지만, 일단은 연락이 왔구나에서 멈추고 조금 더 연재를 진행했다. 얼마 후, 복수의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제야 대화할 준비가 된 것이다.

 

나는 기회가 되는 족족 각 매니지먼트와 출판사 관계자들과 만났고, 대화를 나누었다.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기에 그들이 하는 말은 내게 성경과도 같았다. 그들중 일부는 '아마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일부는 '과장하여' 장밋빛 전망을 알려주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으로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준 회사와 계약을 하기로 했다.

 

계약 조건은 일반적인 신인 조건인 7:3 혹은 보장인세 포함 6:4가 아닌, 8:2(일부 플랫폼에 한해). 서로 장기적으로 잘해보자는 의미로 계약 조건을 조정한 것이었다. 해당 매니지먼트의 약속은 간단했다."유료연재로 성적을 내세요. 충분히 성적이 나온다는 보장이 있으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공룡 플랫폼 상대로 영업이 가능해집니다.

                                                                                   

"성적을 내라!" 간단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최악의 상황도 알려달라 말했다. "최악의 성적을 거둬도 일단 복수의 플랫폼은 무조건 들어갑니다.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프로모션'도 받을 수 있고요. 하지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힘들 겁니다."

 

복수의 플랫폼. 카카오(업계 1위), 네이버, 조아라, 리디북스, 원스토어, 교보, 그래24 등등.웹툰은 카카오면 카카오, 네이버면 네이버 이렇게 딱 묶이는 경우가 많은데 소설은 아니었다. 독점작품이라도 독점 연재 기간이 지나거나, 완결이 되면 다양한 사이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심지어 '대박' 작가들은 차기작을 빌미로 크나큰 프로모션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모양이다. 실패한다 해도, 어쨌든 판매로가 넓어져서 나쁠 건 없다. 사업 경험상, 어디서 뭐가 터질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4-2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다.

 

유료전환 첫날. 담당자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잘해야 2,000~3,000. 나도 그 정도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정도였다. 고만고만하구나, 싶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영업일 기준 약 20일의 수입이다. 그 정도 동안 정산수익 410만 가량. 내게 떨어지는 것은 여기서 8:2로 나누어 320만원 가량이다. 일일로 치면 하루 약 15만원. 적지 않은 수익이다. 그런데 아래는 최근 매출이다.

 

일 판매 5,739. 정산액은 36만. 이중 내게 떨어지는 것은 약 28.8만원.매출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 달 사이 거의 두 배로 올랐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를 토대로 카카오, 네이버 양대 플랫폼에 동시에 딜을 걸기로 했다.그 결과, 네이버를 우선하여 들어가고, 차기작은 카카오와 한다는 뭔가 근본 없는 청사진이 완성되었다.

 

담당자 말에 따르면, 카카오는 솔직히 기대 전혀 하지 않았는데(독자 연령층이 어리다는 점, 현판이 안나간다는 점)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네이버.

 

 

위는 한달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고 닷새가 안 되는 기간 동안 매출액이라고 중간 집계해서 보여준 것이다. 매출액, 플랫폼 수수료, 출판사 정산액, 마지막으로 내게 떨어지는 순수익. 일평균 백이십만 원쯤 번 셈이다.

 

물론 플랫폼 특성상,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일회성에 가까운 일이라고는 한다. 그러나 문피아에서 이미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600만원이 넘는 순수익이 나온 글에 추가로 이 정도 수익이다. 여기에 카카오도 나름 순항 중에 있다고 하고, 나중에 이북으로 리디북스 등에 새로이 유통한다고 하니, 기대 수익은 더욱 더 치솟는다.

 

담당자는 다소 놀라서, '예외적인 현상'이라고는 했다. 어쨌든 하나의 작품으로 문피아, 네이버, 카카오 그리고 기타등등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 아닐까.

                                                          

5. 결론적으로 웹소설, 장르소설가는 어떤 직업인가.

 

바로 위에서 장밋빛 전망만 이야기한 것 같지만 실상은 고달픈 직업이다.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행복을 찾기 어려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수입은 핑퐁처럼 불안정하고, 보장된 수입따윈 전혀 없으며, 아이디어를 쥐어 짜느라 머리 아프고, 하루 종일 잠이 부족하다. 몸은 쌩쌩한데, 머리만 피곤하니 잠을 잔다기보다 기절하는 느낌일 정도다. 거기에 허리는 아프지, 손목 손가락 관절 시큰거리지.졸지에 예정에도 없던 기계식 키보드니 뭐니 장비만 잔뜩 샀다.

 

종합적으로 말해 직업적인 스트레스는 내가 사업하던 시절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다.사장으로서 나는 매일 같이 위염를 달고 살았으며, 스트레스성 탈모가 끔찍하리만치 심각했었다. 그런데 그보다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상상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독자들이 내가 원했고 또 바라는 그림대로 해석해주는 '초극소수'의 반응을 보일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현실은 악플이 훨씬 많고, 악플을 볼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기분이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6. 앞으로 전망.

 

계속 장르소설 작가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이 작품이 처녀작이자, 졸업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만일 다음 글을 쓴다면, 매니지먼트 직원으로서 작가들을 조련하는 내용을 쓰게 되지 않을까? 뭐, 어느 쪽이든 어떠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도 좋은 인생 아닌가.

 

다쳐보니 그간의 욕심 따윈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아등바등 기를 쓰고 돈을 벌려고, 인기를 얻으려고 살아갈 이유도 없다. 그저 쓰고 싶으면 쓸 것이고, 더 이상 쓸 것이 없다 생각한다면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가가 아니라, 역시 일개 글쟁이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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