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추천 10선 입니다.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 또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주로 허구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 양식이다. 일정한 구조 속에서 배경과 등장인물의 행동, 사상 심리 따위를 통해서 인간의 모습이나 사회상을 드러낸다. 근대에 와서 발달한 문학 양식이다. 소설가를 추천하려고 했으나 추천할만큼 많이 알고 있지는 않았고 그래서 그냥 소설책을 추천하려 한다. 소개할 책과 점수. 그리고 소설 도입부의 세 문장과 좋아하는 문장을 넣었다.

 

 


1. 황정은, 백의 그림자
8/10
한국에서 저 나이대의 여성소설가로서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황정은의 대표작이다.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했고 명성이 자자해서 한 번 읽어보았으나 꽤나 좋았다. 본인이 시인을 지망해서 그런지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과 옅어지는 그림자처럼 경계가 모호가 세계가 매력적이다.

 

'숲에서 그림자를 보았다. 처음에 그림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덤불을 벌리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쪽도 길인가 싶고 뒷모습이 낯익기도 해서 따라 들어갔다.' '금슬은 잘 모르겠지만 무재 씨, 이렇게 앉아 있으니 배도 따뜻하고, 좋네요. 네. 그냥 좋네요. 하며 밤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었다.'

 


2. 필립 로스, 에브리맨
8/10
미국의 살아있는 삼대장 중 한 명이었던(나머지는 조이스 캐롤 오츠, 코믹 맥카시입니다) 필립로스의 소설이다. 올해 세상을 떳지만 소설가는 소설이 읽힐 때까지는 살아있는 묘한 직업이다. 날카로운 묘사와 연륜이 느껴지는 필력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명작이다.

 

' 황폐한 공동묘지에 있는 무덤 주위에는 전에 뉴욕에서 함께 광고일을 하던 동료 몇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그의 활려과 독창성을 회고하며, 딸 낸시에게 그와 함께 일했던 것은 크나큰 즐거움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그가 2001년 추수감사절 이후 살았던 저지쇼의 은퇴자 마을 스타피시비치에서 차를 몰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 그것은 나이가 드는 것, 심지어는 아마도 죽어가는 것에서 가장 좋은 부분일 것이다.'

 


3. 제임스 설터, 가벼운 나날
9/10
작가들의 작가, 제임스 설터의 첫 히트작인 가벼운 소설이다. 책에서도 명망있는 사람들의 찬사가 빼곡히 수록되어 있는데 그 찬사에 알맞는 부응을 하는 걸작이다. 워낙 단단한 문장을 사용하고 완벽하지는 않아도 흠이 없는 구조를 사용하기에 처음에는 의구심이 들 수 있지만 결말을 나아가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우리는 빠르게 검은 강에 다가간다. 강변은 돌처럼 평평하고 매끄럽다. 큰 배나 조각배, 흰 자국조차 없다.' '자신의 삶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의 공포는 고백할 수 없는 종류였다.'

 


4.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9/10
일뽕을 거하게 맞고 배 가른 사람이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운 걸작, 금각사다. 금각사 후의 미시마의 행보는 내리막길이기에 더욱덕 금각사가 빛나보이는 것 같다. 집요하고 끈적하지만 그만큼 사람을 감는 마력이 있는 소설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는 나에게 자주 금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마이즈루 동북쪽의, 일본해로 튀어나온 쓸쓸한 곶이다. 아버지의 고향은 그곳이 아니라 마이즈루 동쪽 근교에 위치한 시라쿠라라는 마을이다.' '한 손으로 영원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 인생을 만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5.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8/10
장편보다 단편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그 단편을 맛깔나게 쓰는 몇 안 되는 작가의 전성기가 담겨져 있는 단편소설집인 대성당이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전염되는 현상을 별 것 아닌 것처럼 그렸지만 나뭇가지 하나로 무공을 펼치는 고수의 내공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니까 맹인이, 아내의 오랜 친구가 하룻밤 묵기 위해 찾아오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죽었다. 때문에 그는 코네티컷에 사는, 죽은 아내의 친척들을 방문하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6. 아니 에르노, 단순한 열정
8/10
자기 자신을 해부하는 듯한 문장이 일품인 단순한 열정이다. 작가 본인이 작품과 작가를 동일시하는 태도로 독자를 관음증에 들게 할 정도로 사적인 내용이 흥미를 끈다. 담담하고 어긋난 진술에 길을 잃어버린 듯한 분위기가 좋다.

 

 '올여름 나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 포르노 영화를 보았다. 카날 플뤼스에서 방영한 것이었다.  내 텔레비전에는 디코더가 달려 있지 않아 화면은 흔들리고 대사는 지글거리고 찰랑대는 이상한 소음으로 들려서 마치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계속되는 미지의 언어 같았다.' '어느 날 밤, 에이즈 검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내게 그거라도 남겨놓았는지 모르잖아.'

 


7. 다니자키 준이치로, 미친 노인의 일기
9/10
탐미주의 하면 미시마 유키오를 떠오르지만 이 작가가 탐미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일본에 한해서 말이다.) 이런 작가는 뒤에 연보가 들어있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연보를 살펴보면 아, 이 작가는 정말로 혼모노구나 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을 때까지 아름다움을 예찬한 작가의 마지막 걸작이다.

 

'16일. ...... 밤에 신주쿠 제일극장 야간부 연극을 보러갔다. 상연물은 [은혜와 원수의 저편에],[히코이치 이야기].[스케로쿠 구루와노 모모요구사]였는데, 다른 것은 보지 않고 [스케로쿠]만을 목표로 삼았다. 간야가 주인공 스케로쿠 역이라니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돗쇼가 여주인공인 아게마키 역을 한다고 해서였다.' ' "요컨데 내가 추악하면 추악할수록 자네 얼굴이 정말이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워 보여." '

 


8. 나쓰메 소세키, 마음
9/10
일본의 세익스피어, 소세키에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다. 소세키의 염세적인 분위기와 지식인의 딜레마가 잘 녹아있어서 읽는 내내, 묘한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일본소설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설로 부동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분을 늘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러니 여기서도 그냥 선생님이라고만 쓰고 본명을 밝히지는 않겠다.이는 세상 사람들을 의식해서 삼간다기보다 나로서는 그렇게 부르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

 


9. 라 파예트, 클레브 공작부인
9/10
보통 어느 예술이든 사랑을 예찬하거나 혹은 미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것을 해부하듯이 거부하듯이 말하는 작품은 보기 드물다.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고 현재도 계속 읽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흔한 사랑이야기 같지만 사랑을 믿지 않는 시린 이야기다.

 

 '성대함과 정중함이 앙리 2세 치세 말년만큼 프랑스에 눈부시게 나타난 적은 없었다. 왕은 우아하고 친절하고 다정했다. 디안 드 푸아티에, 그러니까 발랑티누아 공작부인을 향한 왕의 열정은 이십 년 전에 시작되었지만, 그때보다 덜 열렬하지도 덜 눈부시지도 않았다.' '느무르 공은 사랑에 취한 데다 자기가 들은 이야기가 아직도 믿기지 않아 누구나가 흔히 범하는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자기만의 그 특별한 감정을 일반적인 표현들에 담아 흘려버린 것이다.'

 


10.줄리언 반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10/10
작가 줄리언 반즈의 대표작이다. 이 사람의 문장은 무작위로 배치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물처럼 촘촘하게 짜여있는 플롯이 일품이다. 기억과 삶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며 그로 인한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잘 그린 소설이다. 영화로도 나왔는데 모든 원작소설 영화화의 수순을 따라가는 범작이다. 시간을 버리고 싶으면 볼 만하다. 

 

'특별한 순서 없이, 기억이 떠오른다. 반들반들한 손목 안쪽. 뜨거운 프라이팬이 젖은 싱크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지면서 솟아오르는 증기.' '무슨 뜻으로 상처라는 말을 한 거냐고? 그냥 짐작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증거가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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