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골목식당 제빵사편
- 유머
- 2019. 2. 6. 23:49
일본판 골목식당 제빵사편. 오늘 소개하는 방송은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방영했던 인기 프로그램 '사랑의 가낭뱅이 탈출 대작전' 이라는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비슷한 컨셉으로 경영난으로 고전하는 자영업자들이 한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 (이 방송에서는 '달인' 이라고 부른다.) 밑에서 일을 다시 배워 재기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디까지나 예능 프로그램이라서 대본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달인은 지도를 중단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밑에서 일하는 견습생들도 수행을 거부하고 이탈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개인의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달인들 중에서도 지나치게 폭언을 일삼아 지탄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골목식당과 이 방송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큰 차이점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문제를 꼭 찍어 해결하는 조언 (소위 '꿀팁')에 집착하는데 일본에서는 기본기를 정말 혹독하게 훈련시키고 해결책은 각자 찾아야한다는 입장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리고 역시 정신론을 대단히 중요시하게 여긴다.
오늘 등장할 3명의 견습생들은 모두 빵집 주인들이다.
먼저 견습생 1호. 세이노 카즈오 (50세) 통칭 세이상. 제빵사 경력 25년.
한때는 솜씨좋은 제빵사로 자신의 가게를 갖고 있엇으나 빚이 싸이면서 3년전부터 가족과 별거 중이다. 젊었을 때는 세이상도 훈남이었으나 50세가 된 지금은 그저 매사에 소심하고 빵을 만들어도 빵을 팔 줄 모르는 상태이다.
매출입은 한달 25만엔인데 지출은 27만엔.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다. 세이상, 제빵사로서 노답이다.
이번엔 견습생2호를 보자. '베이커 보이' 라는 빵집의 오너이다.
'천연효모' 를 가게 앞 간판에 크게 써놓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천연효모빵을 주력상품으로 팔고 있다.
이 사람이 견습생2호가 될 이누카이 쇼지(50세). 제방사 경력 20년. 이 방송에서의 별명은 도그(Dog). 참고로 독신이다.
천연효모에 집착하는 도그의 빵에 대해 주변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아주머니는 ''빵에 탄 부분이 왜 그렇게 많아?'' 하고 불평하고
이 할머니는 딱 잘라 말한다. ''맛이 없어!''
''맛에 비해 값도 비싸고.''
하지만 도그는 소비자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천연효모의 맛을 몰라서 그래.'' 생긴 것 뿐만 아니라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믿는 똥고집이다.
도그의 영업 현 상황. (늘 적자인 가게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빵집 영업이 끝나면 알바를 뛴다.) 한단 매출은 20만엔. 알바로 버는 수입이 5만엔. 그러나 빵집의 지출은 한달 35만엔. 이 사람도 노답이다.
견습생 3호를 보자. 가게 이름은 'PURE'.
제빵 경력 20년의 노구치 토모히로. 통칭 구찌. 구찌 브랜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름이 '노구치'라서 그런 거 뿐이다.
구찌도 기본적으로 자기는 빵만 만들면 되고 빵이 맛있으면 알아서 팔린다는 입장. 그리고 천연효모에 대한 도그의 자부심처럼 구찌 또한 자신의 제빵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의 부인이 온갖 고생을 도맡아 하고 있다.
구찌의 빵집은 빵 배달도 해준다. 식빵 하나를 사도 배달을 해주는데 이것도 그냥 돈 안드는 인력인 부인을 부려먹는게 전부이다.
구찌의 매출은 60만엔. 세이상이나 도그 보다는 낫다. 하지만 지출이 66만엔. 게다가 이미 빚도 1천만엔 있다. 구찌, 이 사람도 역시 노답이다.
세이상, 도그, 구찌. 늘 적자를 보는 가난뱅이 상태에서 탈출을 모색하는 사람들이다.
먼저 이들의 빵의 맛을 확인하기 위해 시식회를 열었다. 세이상, 도그, 구찌가 만든 식빵을 100개씩 놓고, 인근 빵집의 식빵도 100개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100명의 소비자들이 어떤 빵을 골라가나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기술에 자신이 있는 구찌는 다른 사람들에게 훈수를 많이 둔다. 만만한 세이상에게 계속 이래라 저래라 하는데 극도의 찐따 세이상은 귓등으로 흘려듣는다.
그런데 서로 자기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도그와 구찌가 서로 말참견을 하기 시작한다.
도그 : ''빵에 마음이 담겨있지 않아''
구찌 : ''빵을 묶을 때 철사로 묶든가 생각을 좀 해야죠''
도그 : ''철사로 묶으면 천연효모가 죽어버려''
구찌 : ''빵을 굽는 시점에서 천연효모는 다 죽었어요''
도그 : ''응 아니야. 살아있어''
구찌 : ''아 그러세요''
시식회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인근 제과점 식빵이 46개, 세이상은 22개, 구찌는 31개, 도그는 1개. 까놓고 말해서 이 3명이 만드는 빵은 기술이고 나발이고 맛이 x나게 없다.
그런데 자기 빵이 그나마 3명 중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좋아하는 구찌. 얘도 노답ㅋㅋ
그리고 노답인 3명은 수행을 하러 달인의 가게로 떠난다..
달인의 가게는 오사카에서 제일 유명한 빵집들 중 하나인 '파란 보리(아오이무기)'
파란보리를 이끄는 파티시에는 후쿠모리 코우이치 달인.
그는 17세 때 프랑스로 제빵 유학을 가 10년간 수행을 쌓았다.
참고로 이 방송으로부터 20년 후인 2019년 현재에도 왕성히 영업 중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제빵업계의 달인.
후쿠모리 달인 밑에서 빵 기술을 배워 만성 적자를 이겨보려는 3명은 오사카로 향했다.
후쿠모리 달인은 일단 3사람의 실력을 점검해야겠다며 직원들 틈에서 일을 시켰다. 세이상은 손재주는 좋은데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된다.
구찌는 제법 폼은 잡는 것에 비해..
파란보리 소속 20대 직원이 구찌의 반죽을 보자 다시 고쳐놓았다. 즉, 구찌의 기술력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별로다.
한편 도그는.. 제빵의 기본도 안되어 있다.
도그의 일그러진 반죽을 보면서 덩달아 표정도 일그러지는 후쿠모리 달인..
일이 예상외로 고되자 도그는 벌써부터 지친 기색을 드러낸다.
그리고 휴식시간 때 바로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도그. 끈기는 x도 없다.
그런 도그를 말리는 세이상. 세이상은 빵집을 일으켜 세워야 가족들이 되돌아 올거라고 믿기 때문에 말은 어버버 하면서도 필사적이다. 구찌는 자신의 기술을 20대의 애송이가 지적한 일의 쇼크 때문에 시무룩하다.
후쿠모리 달인은 엄격해보이는 표정에 비해 엄청 천사같은 사람이다. 자신이 2년이나 걸려 레시피를 발명하고 완성한 회심의 걸작 '빵도미'를 전수해주겠다고 한다.
파란보리의 주력상품이자 후쿠모리 달인이 자신있게 ''우리 가게의 대표 상품'' 이라고 말한다. 아무 첨가물 없이 오로지 곡물의 단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했다고.
빵도미 제작에는 밀가루와 물의 양도 중요하지만 반죽의 온도도 매우 중요하다. 첫 반죽은 65도를 맞춰야 한다.
그 다음에 그 반죽을 24시간 재운 다음, 새로운 재료를 더하여 다시 반죽을 한다. 이렇게 해서 굽기 전의 반죽의 온도는 26도로 맞춰야 한다고.
그리고 3명은 빵도미를 배우기 시작한다. 세이상과 구찌가 열심히 배우는 반면, 도그는 의욕이 없어 보인다. 도그는 물이 끓는지 보겠다고 하고 한발 빠졌다.
이 때, 다급한 후쿠모리 달인의 목소리 ''물이 끓겠다!'' 밀가루, 보릿가루와 물이 만났을 때 65도가 되어야 곡물 본연의 맛이 가장 잘 나온다고 해서 물이 끓으면(100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이다.
구찌는 도그에게 빨리 물을 체크하라고 말하지만..
''응 내가 보고 있어''
계속 태평한 소리만 하는 도그. ''물 아직 안 끓고 있어.'' 하지만 도그를 믿지 못하는 구찌는 직접 가서 불을 껐다.
온화한 후쿠모리 달인, 빡치셨다. ''왜 물을 안 챙겨!?'' 하고 도그를 야단 친다.
''물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아직 안 끓었다니까요''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변명을 극도로 혐오한다. 고객이 변명을 들어줄리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빡친 후쿠모리 달인은 도그에게 ''멀거니 있지 말어!'' 하고 질타했다.
그날의 일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3명. 도그는 다른 2명에게 후쿠모리 달인이 화풀이를 했다고 투덜거린다.
제빵사의 하루는 일찍 시작한다. 출근길의 고객을 잡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빵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파란보리로 향하는 3명.
후쿠모리 달인은 오늘은 빵도미 제작을 직접 해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빵도미 레시피를 친절하게 다 불러준다. 자신의 기업비밀을 이토록 쉽게 전수해주다니.. 세이상과 구찌는 받아적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도그는 제대로 받아적지 않고 매우 피곤한 모습이다.
그리고 작업 개시. 먼저 재료를 가져와야 한다. 3명이 한꺼번에 물려다닐 수 없으니 한명 한명 따로따로 창고에 들어가게 되었다. 제일 먼저 창고에 들어간 도그는 레시피를 제대로 적지 않은 탓에 어느 정도의 양을 가져와야 할지 모른다.
한편 레시피를 보면서 다른 작업 준비를 하고 있는 세이상과 구찌
1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후쿠모리 달인이 도그를 점검하러 왔다.
후쿠모리 : ''너 레시피 어딨냐?''
그 말에 분주하게 레시피를 찾는 척 하는 도그
그리고 다른 곳에 빠뜨리고 왔다는 횡설수설을 한다.
도무지 배우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도그의 태도에 결국 인내의 한계에 달한 후쿠모리 달인. 도그에게 ''너 이거 안해도 돼'' 하고 말한다.
달인의 통렬한 질타가 이어진다. ''천연효모 책을 일고 빵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빵은 말들 수 없을거야'' 도그의 빵 만드는 솜씨를 보고 아류임을 간파한 것이다. 팩트폭격에 할말을 잃은 도그.
그리고 도그는 결국 포기한다. ''집에 돌아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도그의 도전은 끝났다.
도그는 이 방송에서 하차한 다음에,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후쿠모리 달인의 빵도미를 제대로 배우려 하지 않았던 이유로 ''천연효모가 아니라 이스트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은 몸에 좋은 천연효모 빵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도그의 우직할 정도의 천연효모에 대한 집착이 놀랍다. 그가 만든 천연효모 빵은 x나게 딱딱해서 도무지 빵 같지가 않았는데 2000년대의 건강식품 붐을 타고 판매고에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빵에 첨가물을 절대로 넣지 않는 우직한 정신은 좋았지만 빵집 경영에 있어서 다른 부분들이 전부 수준 이하였고 특히 도그의 빵을 만드는 곳의 위생이 안 좋아 파리가 반죽 위에 앉는다는 증언이 있었다.
2019년 현재 도그나 그의 가게 베이커보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도그가 결혼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빵의 달인 후쿠모리 코우이치 밑에서 수행을 쌓아 만성 적자를 이겨내려고 하던 3명의 견습생들 중, 도그는 알아서 포기했고 이제 세이상과 구찌만 남았다.
경력이 길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안되는 찐따형 제빵사 세이상. 달인의 빵기술을 배워 현재 별거 중인 아내와 재결합하기를 바라고 있다.
자신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지만 실제 실력이 그에 못 미친다는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는 구찌. 제빵사로서의 자존심이 강해 적자에 시달리는 데에도 부인에게만 여포 노릇하는 못난 가장이다.
이들의 목표는 후쿠모리 달인의 주력 상품인 빵도미 제조법을 익히는 것. 그러나 빵도미는 온도를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숙련된 경험이 필요하다. 온도를 맞추지 못해 계속 실패하는 세이상과 구찌.
정확하게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몇 도일 때 반죽의 느낌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촉각이 필요하다.
매사 쩔쩔매는, 그림으로 그린듯한 찐따 세이상에게 격려의 말씀을 건네는 후쿠모리 달인. "실패해! 마음껏 실패해. 성공만 한 사람은 한번 실패하면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어. 그러니까 지금 많이 실패해야 돼!"
그런데 몇번 실패하자 구찌는 자신의 작업은 그만두고 세이상에게 훈수질을 다시 시작한다. 실패 자체를 싫어하는 구찌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구찌의 훈수질을 지켜보면서 표정이 심각해지는 후쿠모리 달인
악전고투 끝에 반죽의 온도를 맞추는데 성공한 세이상. 이제 그 반죽을 24시간 재워두고 내일 빵도미 제작에 착수하면 된다. 후쿠모리 달인은 다른 사람들 작업에 참견하고 다니는 구찌를 불러 묻는다. "그런데 자네는 내일 뭐할거야?"
"빵도미 만들겠습니다" 는 구찌의 대답에 달인은 "오늘 반죽을 만들어놔야 빵도미를 내일 만들지. 그런데 오늘 작업은 다 끝났어" 하고 냉정한 질타.
구찌는 "그럼 식빵 만들죠" 하고 대답.(깐족거리는 표정 ㅋㅋ)
성의없는 대답에 빡친 달인. "그렇게 입에서 나오는대로 대답할 거면 식빵 하지 마. 자네는 빵에 대한 애정이 없어"
후쿠모리 달인: "대체 뭘 배우려고 여기(오사카)까지 온거야? 배울 생각이 없다면 그만 돌아가"
하지만 뚱한 표정으로 달인을 빤히 쳐다보는 구찌. 레시피는 이미 다 받았으니 더 이상 눈치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달인이 "내일(세이상이 빵도미 굽는 날)은 쉬어. 배울 생각이 없다면 집(사이타마)으로 돌아가!" 고 말하자 말없이 떠나는 구찌.
그 와중에 구찌는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어서 불만을 토로한다. 진짜 마누라 앞에서만 여포 ㅉㅉ
한편 날이 밝았다. 새벽에 출근하는 세이상.
직원들 틈에 섞여 묵묵히 일하는 세이상.
그리고 완성된 빵도미를 가지고...
달인과 직원들에게 시식회를 가졌다.
후쿠모리 달인의 평가 "이 빵은 나의 레시피야. 그렇지?"
"몇주, 몇달이 걸릴진 모르겠지만 이 레시피를 바탕으로 연습해서 빨리 빵도미를 자기만의 빵으로 만들어봐. 그러면 최고 아닐까?"
"합격!" 그리고 빵도미를 전수받은 세이상과 굳게 악수를 나눈다. 이 달인은 진정 인격자로군...
한편...구찌가 돌아왔다.
사이타마로 돌아간다더니 사아타마에서 부인이 오사카까지 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부인은 눈물을 흘리는데 빤빤하게 고개를 쳐들고 달인 앞에서 아무 말도 안하는 구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제빵을 그만두라고 일갈하는 달인. 그리고 자기 발로 수행을 포기하고 나간 구찌에게 "오사카까지 오신 부인의 낯을 봐서 수행을 다시 허락하겠다"고 말한다.
복귀한 구찌. 하지만 직원들의 태도는 냉랭하다. 실수를 하는 고문관과 훈수를 하는 씹선비가 있으면 고문관은 핀잔만 듣고 말겠지만 씹선비는 진짜로 배척당한다. 인간사회의 불문율이다.
동영상이 아니라 캡쳐라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인데, 세이상과 달리 구찌는 달인 이외의 파란보리 직원들에는 늘 반말을 하고 아랫사람 취급을 한다. 직원들보다 구찌가 나이가 많긴 하지만 다른 가게의 기술을 배우러 온 입장에서 그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복귀한 후에는 이제 직원들도 구찌에게 반말을 한다. "너 뭐해?"
구찌도 반말 "어 빵도미."
구찌가 정말로 빵도미를 배우려고 돌아온 게 아니라 그냥 부인에게 떠밀려 돌아온 것이라는 점은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레시피를 보지도 않고 바로바로 눈대중으로 물을 붓는다.
아니나다를까 반죽은 개판이 된다.
그러자 구찌는...반죽을 밖의 쓰레기통에 내다버린다.
그걸 본 직원의 분노가 폭발 "니 재료가 아닌데 왜 함부로 내다버려? 우리 가게 재료를 앞으로도 계속 마음대로 쓸 거야?"
그 트러블을 보고 받고 고민하는 달인. 부인은 절망한다.
멋대로 파란보리의 재료를 퍼담고 있는 구찌에게 불호령을 내리는 달인. "왜 실패한 걸 숨길려고 그래? 빵을 속이는 짓을 하지 말어!"
자존심이 상하자 바로 달인을 노려보는 구찌. 나이는 견습생 3명 중에서 제일 어린데 꼰대기질로는 최강이다. ㅉㅉ
달인은 "부인과 돌아가"하고 말한다. 기다렸다는 듯 나갈 준비를 하는 구찌.
부인이 구찌를 붙잡고 달인에게 사죄하라고 말한다.
부인 : "반죽을 내다버린 건 당신이 잘못한 거잖아"
구찌 : "나도 일부러 버린 게 아니야!"
'일부러 한 게 아니다'는 모든 무책임한 인간들의 공통된 변명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일부러 한 거 맞으니까 회초리로 맞을 걸 홍두깨로 맞는 법이다.
생활고에 대해 설득하는 부인의 잔소리에 또 먼산을 쳐다보며 안 듣는 척 하는 구찌.
이 부분이 제일 웃겼다. 스트레스를 받는지 갑자기 남의 가게 안에서 담배를 꺼내는 구찌. 미쳤다. ㅋㅋㅋㅋ
부인이 담배에 불을 붙이진 않았지만 구찌는 결코 달인에게 사죄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이타마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러 떠나는 구찌
부인은 통곡을 하고 결국 방송국 스태프가 기차역까지 바래다 주어야 했다.
후쿠모리 달인은 실력 뿐만 아니라 인격도 갖춘 인물이다. 그는 구찌 부인의 통곡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고 수시로 구찌 부인에게 연락을 하여 구찌가 빵을 잘 만들고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결국 사이타마까지 찾아왔다.
놀랍게도 구찌의 가게 PURE에서 빵도미 기술을 다시 한번 전수해주려는 것.
그래도 구찌는 자기나름대로 레시피를 연습하고 있었고 그 완성품은 달인의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후쿠모리 달인은 구찌에게도 세이상에게 했던 조언을 또다시 말했다. 이 레시피에서 더욱 연구하여 오리지널 빵을 만들라고.
사랑의 가난뱅이 탈출 대작전은 일단 여기서 막을 내린다. 결과적으로 보면 찐따 세이상이 달인에게 합격 판정을 받았고 천연효모에만 집착하고 빵 만드는 기술도 없었던 도그는 도중에 포기. 그리고 부인 앞에서만 여포짓하는 구찌가 추후 합격을 받는 형태로 빵도미를 전수받았다.
그로부터 17년 후....
요코하마에서 빵집 베이커보이를 계속 운영해나가던 도그는 결국 베이커보이를 폐업했다. 그래도 천연효모 덕후인 그는 건강식품 붐을 타고 천연효모 빵을 백화점에 납품하는 새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빵의 맛이 너무나도 없었고 이런저런 클레임이 많아서 결국 그 장사도 접었다고 한다. 그의 소식은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다. 후쿠모리 달인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빵집을 다시 시작한 구찌는 2008년에 폐업하고 말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씹씹선비 기질 때문인지) 친구는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사를 갔지만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남편에게 반발을 안하는 부인에 대해서는 다들 동정했다고.
찐따였지만 성실함 하나로 달인에게 합격을 받은 세이상은 빵집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빚도 청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가정적으로는 늘 어려움에 시달렸다. 그의 부인은 끝끝내 재결합을 거부했고 결국 세이상은 홀아비로 빵집을 운영했다.
세이상은 현재도 빵집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홀아비라는 고독과 건강 약화는 그의 성격을 이상하게 바꾸어놓았다. 그는 사람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이웃들과 자주 다투고, 기껏 찾아온 손님이 갓 구운 빵을 찾으면 어제 팔다 남은 빵을 사가라고 고함을 지르는 등,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때 명물 빵집으로 소문났던 그의 빵집은 이제 세이상의 건강 악화에 따라 오전 4시가 아니라 오후 4시에 개점한다. 말할 때 상대를 쳐다보지 못하는 습관은 여전하다. 가게도 많이 허름해보인다.
치매 증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입만 열면 가격 이야기를 한다.
"많이 실패해야 원인을 알 수 있다" 는 후쿠모리 달인의 격려는 사랑의 가난뱅이 탈출 대작전 시리즈에서도 손꼽히는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말을 듣자 옛 추억이 생각나는 듯 웃기 시작하는 세이상.
손이 많이 가는 빵도미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세이상은 후쿠모리 달인이 전수해준 레시피는 기초 중의 기초였고 자신이 계속 더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해나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무얼 배우기 위해서는 알량한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그걸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씹선비가 된다.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확실한 목표의식, 겸허함, 성실함이 최강의 무기다.
하지만 그 세가지를 갖추었던 세이상도 결국 가정의 불화와 찐따스러운 성격, 건강 악화로 인해 그리 행복하지 않은 노후를 보내고 있다. 찐따스러운 성격(본인의 처한 환경속을 생각하지 못하고 남을 배려할줄 모른다) 을 고치는 일이란 언제 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