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성 교수 (척추 명의)가 말하는 허리디스크

척추명의 이춘성 교수가 말하는 허리디스크, 허리수술, 허리질병 이야기. 서울아산병원 3층 수술실. 이춘성 정형외과 교수는 조각하는 것처럼 살을 째고 파고 벌리고 깎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는 '척추 명의'로 소문이 나 있다. 그에게 수술을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런 그가 출간한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이라는 책에서 의료게의 '장삿속' 수술에 대해 내부 고발을 했다.

 

''척추 수술을 많이 하고 성공률이 어떻다고 자랑하는 병원은 일단 의심하면 된다. 허리디스크의 8할을 감기처럼 자연적으로 낫는다. 수술 안 해도 좋아질 환자에게 돈벌이를 위해 수수을 권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새로운 시술법' 치고 검증된게 없다. 보험 적용도 안 된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돈을 돈대로 버리고, 몸은 몸대로 망가진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두고 그렇게 참지 못하는가?

 

'' 척추 수술만 예로 들면, 한동안 '레이저 디스크 수술'이 유행했다. 레이저 고열로 디스크를 녹인다는 것이다. 그걸로 좋아질 증상이라면 가만 나둬도 좋아진다. 오히려 시술 시 발생하는 고열로 주변의 뼈나 신경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로봇 수술, 몸에 흉터를 안 남긴다는 내시경 수술, 5~10분 만에 디스크를 제거한다는 수핵성형술등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주현미의 노래 제목처럼 '길면 3년 짧으면 1년' 딱 이거다. 요즘에는 '신경성형술'이 획기적인 치료법인 양 퍼지고 있다.''

 

- 시장에서 수요가 있다는 것은 그런 수술을 받아본 환자들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 아닌가?

 

"신경성형술은 가느다란 관을 몸에 집어넣는데 그 비용만 200만원이 넘는다. 검증된 적 없는 이런 시술에 왜 고비용을 물어야 하나.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다. 좀 좋아진 기분이 느껴졌다면 시술 전에 맞은 '스테로이드' 주사 효과일 뿐이다.''

 

- 그들도 같은 전공 의사로서 나름대로 판단이 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양심을 속이고 한다. 그렇게 세 번쯤 반복하면 자신도 그런 시술이 정말 옳다고 믿는다. 사람은 합리적인 게 아니라 자기 합리화를 하는 존재라고 하지 않나.''

 

- 그쪽 의사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 한때 한 척추 전문 병원이 소송을 제기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안다.

 

''그런 새로운 시술법을 팔아먹는 쪽에서는 내게 '당신이 해봤느냐. 안 해보고서 왜 떠드느냐'고 한다. 도둑질이 나쁘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서 아는 것이지, 꼭 직접 해봐야 나쁜 줄 아는가. 이런 시술은 보험 적용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횟수가 뚝 떨어진다. 요즘 무릎관절 치료에서 자기 피를 뽑아주사하는 'PRP 주사'가 난리다. 내 전공은 아니나 대학병원의 전공의사들과 얘기해보면 이 역시 전혀 검증이 안 됐다.''

 

- 새로운 시술법을 부정하면 고전적인 방법이 늘 옳은가?

 

''의료 행위는 인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과학적인 검증 과정이 몹시 중요하다. 어떤 치료법이 행여 몇몇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전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위험하다. 척추 수술은 현미경을 보면서 손으로 하는 것이다. 획기적인 방법으로 좋아질 환자라면 당초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아질 환자다. 다시 말해 그건 불필요한 수술이고, 차라리 안 하는게 맞는다.''

 

- 허리 디스크 대부분은 수술을 안 받는 게 맞는다는 뜻인가?

 

''척추 수술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상업적인 의사는 환자에게 늘 얻는 것만 말한다. 수술을 했다면 목에 굴레가 씌워진것과 같다. 어떤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게 재발해 또 수술을 받으면 결과는 더욱 나빠진다.''

 

- 선생은 어떤 경우 수술을 결정하나?

 

수술을 받아야할 환자는 꼭 받아야 한다.. 가령 척추관 협착증이나 척추측만증이 심한 환자는 수술이 아니고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노인이 '허리 아프다'며 수술해달라고 하면, '감기 걸렸는데 폐를 잘라내나요' 하고 달랜다. 나이가 들면 허리가 아프기 마련이다. 이를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운동하면 된다. 어떤 분들은 '다른 대학 병원에서도 그랬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말만 한다'며 역정을 낸다.''

 

- 책에서 '광고를 많이 하는 의사, 실적 홍보가 심한 의사, 운동선수나 유명 인사를 치료했다고 떠벌리는 의사는 일단 의심하라'고 했다 이유는?

 

''흙탕물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극소수 의사다. 문제는 그런 의사들이 돈을 잘 벌고 번성하고 젊은 의사들의 모델이 된다. 이 때문에 의료 행위가 왜곡되는 것이다.''

 

- 그런 의사들의 경력을 보면 대부분 외국 명문대에서 연수해 선진 의료를 배운 걸로 되어있는데도 그런가?

 

''외국 명문대 병원에서 일주일쯤 어깨너머로 슬쩍 들여다보고 와서는 이력서에 '어느 대학 연수'라고 쓴다. 특정 수술법 세미나에 참가비를 내고 하루이틀 참석하고도 '수술법 연수 과정 수료'라고 한다. '교환교수'니 '초빙교수'도 하나같이 사기다. 외국 명문대 병원에서 그런 제도를 운연하지 않는다. 드물게 특정 분야의 대가라면 몰라도. 그런 타이틀을 앞세우고 방송에 자주 철연하면 우리 사회에서 스타 의사로 대접받는다.''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수준의 척추 전문가다. 특히 이 교수는 자본 논리에 물든 의료계 현실을 비판하며 동종업계의 의사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가 각종 언론과 책을 통해 공개한 내용을 토대로 ‘상업적인 과잉 치료’의 현실과 예방법에 관해 알아봤다.

 

“허리 디스크라는 병의 경과를 보면 ‘전체 환자의 80% 정도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1~2개월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반면, 나머지 20%의 환자는 수술을 요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춘성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주임교수로 ‘한국의 100대 명의’, ‘척추외과 전문가들이 뽑은 베스트 닥터 1위’에 선정되었으며, 다양한 연구 활동과 수상 경력으로 명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수식어는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겉모습일 뿐이다. 의료계에서 그는 양심을 지키는 의사, 할 말은 꼭 하는 소신 있는 오피니언 리더,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색출해 집요하게 공격하는 의식 있는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황당한 비법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밤을 새워 반박 자료를 만들어 해당 의료인이나 언론인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고, 환자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은 꼭 알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대쪽 같은 성격, 그것이 바로 이춘성 교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널리 존경받는 이유다. 그는 저서 <독수리의 눈, 사자의 마음, 그리고 여자의 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척추외과 분야는 의료계의 그 어느 분야보다 검증되지 않은 엉터리 치료, 상업적인 과잉치료가 활개 치고 있다. 돈은 돈대로 버리고, 몸은 몸대로 망가져서 고생하는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보면서 전문가로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나는 과연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런 문제들을 모른 척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전문가로서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해 깊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에서부터 이 책이 시작되었다.”

 

30년간 한 길을 걸어온 명의의 조언

 

과잉 진료, 사이비 진료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춘성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국내에서 과잉 의료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해온 이 교수는 국적을 불문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환자에게까지 많은 시간을 진료와 수술로 할애한다. 때문에 이 교수는 지난 30여년 동안 불필요한 치료를 권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수술보다는 자연 치유를 권할 만큼, 그는 일반 의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실제로 이춘성 교수는 다른 병원 의사들이 의뢰한 수술 난이도가 높은 중증 환자를 수술하느라 쉴 틈이 없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러시아, 중국 등지에서도 환자가 찾아와 진료를 받으려면 1~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30여년 동안 정형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불필요한 치료, 무분별한 과잉치료 때문에 고통받는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그는 “어떤 의료행위든 장단점이 공존하지만, 장점만 강조하다 보니 환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개탄하며, 과잉 진료나 사이비 진료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은 스스로 의문을 제기할 필요성이 있는 리스트를 다음과 같이 공개했다.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질문 리스트>

 

- 병원에서 당장 디스크 수술을 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 5분이면 치료가 끝난다는 광고, 수술 없이 디스크를 치료한다는 병원 광고를 믿어도 될까?

 

- 자세가 나쁜 우리 아이, 나중에 척추가 휘거나 디스크에 걸리는 건 아닐까?

 

- 허리를 지지해주는 보조기, 과연 효과가 있을까?

 

- 침이나 한약으로 허리병이 정말 나을 수 있을까?

 

- 엉터리, 사이비 치료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까?

 

특히 허리 디스크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한다는 병의원, 한의원들의 광고나 선전 문구가 종종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들이 이 문구를 보면 ‘다른 병원들은 디스크를 수술로 치료하는데 이 병원은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엄청난 비법이 있나 보다’하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앞에서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허리디스크라는 병의 경과를 보면 ‘전체 환자의 80% 정도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1~2개월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반면, 나머지 20%의 환자는 수술을 요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의사들의 과대 포장에 유의하라

 

이 교수는 상당수의 의사들이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과장된 표현으로 환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력 과대포장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외래교수, 교환교수, 초빙교수 등의 각종 ‘교수’ 타이틀을 남발하는 현상이다. 이 교수에 의하면 현재 ‘외래교수’라는 직함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해당 대학의 내과, 일반외과 등 각 교실 출신 의사들에게 개업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누구에게나 손쉽게 붙여주는 타이틀로 변질되었다. 대학 교수보다 실력이 뛰어난 개원의도 많은 데다, 훌륭한 논문을 쓰는 개원의들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교수라는 명함을 내세워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의 관행처럼 굳어진 과대 포장에 관해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교환교수’나 ‘초빙교수’라는 표현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누가, 누구와 ‘교환’을 하고, 누가 누구를 ‘초빙’했단 말인가”라며 “자신이 원하여 외국 대학병원을 일정 기간 방문하거나 그곳에서 배우고 왔으면서 ‘교환교수’ 타이틀을 거리낌 없이 쓰거나 ‘초빙교수’라는 낯간지러운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그 나라의 대학병원에서 알면 기가 찰 노릇”이라며 “내가 아는 한, 특정 분야의 대가가 아닌 이상 유수의 해외 대학병원에서 교환교수, 초빙교수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도 고백했다.

 

그는 척추수술을 받기 전에 미리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첫째, 의사가 수술을 권했을 때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다른 전문가로부터 두 번째 의견, 필요하다면 세 번째 의견을 얻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두 수술을 하는 쪽으로 일치한다면 수술을 받아도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면 일단 수술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왜 불신을 조장하느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인 의료 행위가 범람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첫 번째 의사 한 사람만 믿고 무조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실제로 어떤 의사들이 척추수술을 권하는 기준을 보면, 60세가 넘은 사람 전체의 1/3 정도가 수술을 해야 합니다. 마구잡이로 수술을 권하는 것입니다. 다른 의사에게서 두 번째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환자들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미국과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는 두 번째 의견을 얻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고, 두 번째 의견을 얻지 않으면 보험의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잘못된 자세가 아니다

 

이 교수는 잘못된 지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것에 대해 항상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일부 신문에서는 자세를 똑바로 하지 않으면 척추 변형이 생기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바른 자세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자세를 똑바로 하면 숨어 있는 키를 찾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모두 비전문가인 기자들이 정론과는 거리가 먼 어설픈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생긴 해프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그는 비교적 자세하게 잘못된 자세에 대한 오해를 설명했다. 한 아이가 취하는 자세는 현재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근육의 힘(근력)’과 ‘골격’이 조화를 이루어 나타난 결과여서, 누구나 자신의 근력과 골격 상태에서 가장 효과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아이가 취하는 자세가 그 아이로서는 가장 경제적인 자세라는 의미다. 따라서 그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근력이 커지고 골격이 발달하게 되면 자세는 바뀌게 된다(즉, 좋아지게 된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따라서 자녀들에게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잔소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자세와 관련된 몇 가지 오해, 또는 잘못된 생각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다 이런 오해 때문입니다. 첫째, 자세를 잘못 취하면 척추가 휜다는 오해입니다. 하지만 측만증의 발생과 자세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측만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둘째, 잘못된 자세 때문에 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이 생긴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디스크의 원인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자세와 척추 변형을 혼동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자세는 일시적으로 취하는 몸의 형태를 말하는 것이고, 변형은 영구적인 몸의 형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TV 등의 측만증 관련 보도를 보면 일시적인 자세와 영구적인 척추 변형을 혼동합니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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